**마라톤 베테랑의 심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 운동 부하 검사로 숨겨진 질환 찾아낸다**
건강을 위해 매일 새벽 조깅을 하거나 주말마다 장거리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운동 중 갑자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든다면 단순한 피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운동 선수처럼 단련된 심장은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 강인함 뒤에 치명적인 심장 질환을 숨기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학회 증례 보고(JACC Case Reports)에 발표된 이번 관찰연구는 52세 남성 장거리 달리기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나 일반적인 진단 기준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운 '부정맥 유발 심근병증'의 진단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는 운동선수의 비대해진 심장 구조와 실제 질환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정교한 작업인지를 잘 보여준다.
해당 환자는 평소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느껴지는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오른쪽 심실이 확장되어 있었고 심장 끝부분의 움직임이 둔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심근병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진단 기준(수정된 태스크포스 기준)에 따르면 이 환자는 확실한 질병 상태로 분류되지 않는 경계선상에 놓여 있었다.
연구팀은 숨겨진 문제를 찾기 위해 부하 심초음파와 심폐 운동 부하 검사를 병행했다. 환자가 운동 강도를 높이는 동안 심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운동 중 심장의 반응이 눈에 띄게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건강한 사람이라면 운동 시 심장의 수축력이 강해져야 하지만, 이 환자는 오히려 우심실의 변형률(심장 근육의 수축 정도)이 감소하는 이상 반응을 나타냈다.
결국 연구팀은 환자가 표준 진단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동 부하 시 나타난 심장 기능 저하를 근거로 부정맥 유발 심근병증 확진 판정을 내렸다. 이는 운동선수 특유의 '운동선수 심장' 현상 때문에 가려져 있던 질환의 실체를 운동 부하라는 자극을 통해 드러낸 결과다. 유전자 검사가 음성이라도 심장 근육의 기능적 결함은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사례는 스포츠 의학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존의 정적인 진단 방식만으로는 고강도 운동에 적응한 선수들의 심장 질환을 놓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운동선수의 심장 구조는 일반인과 달라 질환과 정상적인 적응을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경계선상에 있는 환자에게는 심장에 직접적인 부하를 주는 기능적 검사가 필수적인 진단 도구가 되어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즐기는 숙련자라면 자신의 몸 상태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만약 운동 중 심계항진(두근거림)이나 이례적인 숨가쁨이 느껴진다면 즉시 강도를 낮추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군에게 고강도 지구력 운동을 중단하고, 중강도 수준의 운동을 주당 150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자신의 심장이 운동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심폐 운동 부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수치로 나타나는 심장의 반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운동은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숨어 있는 약점을 공격하는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Borderline Arrhythmogenic Cardiomyopathy in an Athlete: Exercise Testing May Support Clinical Decision-Making.* (관찰연구) | 논문 원문
※ 이 기사는 스포츠과학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