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걷기 능력, 뇌와 근육 잇는 ‘전기 신호’ 강화로 해결한다**
가벼운 산책이나 계단을 오르는 일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뇌에서 보낸 명령이 다리 근육까지 도달하지 못해 매 순간이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리로는 "걸어라"고 지시하지만, 몸이 예전처럼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답답함은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다. 뇌와 근육을 잇는 이 '보이지 않는 통로'를 다시 활발하게 소통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학술지 '현대 임상 시험(Contemporary Clinical Trials)'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이다. 연구진은 걷기에 불편함을 겪는 환자 66명을 모집하여, 점진적 저항 운동이 뇌와 척수 신경로의 기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정밀하게 추적했다. 특히 뇌의 운동 피질을 자극해 근육의 반응을 살피는 경두개 자기 자극법을 활용해 운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자 했다.
연구의 핵심은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전기 신호의 강도와 속도, 즉 '뇌-척수 흥분도'를 높이는 데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계가 손상되면서 이 신호 전달 체계가 약해지는데, 연구진은 10주간의 강도 높은 운동이 이 통로를 다시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고용량 운동 그룹은 25회, 저용량 그룹은 10회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점진적 저항 운동을 실시하며 신경계의 적응 과정을 비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뇌의 구조적 변화보다 기능적 변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뇌의 전체적인 부피나 물리적인 구조가 변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 효율인 흥분도는 운동에 따라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진은 근유발 전위(경두개 자기 자극 시 근육에서 측정되는 전기적 활성도) 수치를 통해 다리 근육의 움직임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일반론을 넘어, 운동이 신경계의 전선(신경망)을 얼마나 더 튼튼하게 만드는지를 입증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기존에는 약물 치료나 재활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체계적인 근력 운동이 뇌의 명령 체계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신경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개인별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운동의 효과와 반응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더 연구되어야 할 과제다.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무리하기보다는 10주 정도의 기간을 잡고, 전문가의 지도 아래 주 2~3회 근력 운동을 실시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무게로 시작하되, 근육이 적응함에 따라 무게나 반복 횟수를 서서히 늘려가며 뇌가 근육에 더 강한 신호를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스쿼트나 레그 프레스 같은 동작은 걷기 능력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 *Effects of supervised progressive resistance training on corticospinal excitability in persons with multiple sclerosi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protocol for the NEXIMS study.* (무작위 대조시험(RCT)) | 논문 원문
※ 이 기사는 스포츠과학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