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 절망을 희망으로… 팔꿈치 인대 재수술, 9개월 만에 100% 복귀 길 열렸다
강속구를 뿌리던 투수의 팔꿈치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선수의 머릿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이미 한 번의 수술과 혹독한 재활을 견뎌내고 마운드에 돌아온 선수라면, 다시 찾아온 통증은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선고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흔히 '토미 존 수술'이라 불리는 팔꿈치 인대 재건술은 재수술 시 성공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복귀 기간도 훨씬 길어진다는 것이 야구계의 상식처럼 통용되어 왔다.
정형외과 스포츠 의학 저널(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1차 인대 재건술에 실패한 엘리트 투수들의 새로운 희망을 조명한 증례보고다. 연구진은 기존의 재건술이 실패하여 재부상을 입은 대학 및 프로 야구 투수 11명을 대상으로, 인대를 새로 이식하는 대신 특수 테이프로 보강하는 '인터널 브레이스' 활용 봉합술을 시행하고 그 경과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가히 독보적이다. 수술을 받은 엘리트 투수 11명 전원(100%)이 부상 전과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경기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적으로 팔꿈치 인대 재수술은 성공률이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며 복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으나, 이번 연구 대상자들은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모두 마운드로 돌아왔다.
복귀 속도 또한 혁신적이다. 수술 후 실제 경기에 등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의 재건술이 통상 12개월에서 18개월의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복귀 시점을 최소 3개월 이상 앞당긴 수치다. 선수들이 단순히 마운드에 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구 시 느끼는 기능적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환자가 체감하는 팔꿈치 기능을 점수로 환산했을 때, 미국 견주관절학회(ASES)의 팔꿈치 평가 점수는 36점 만점에 평균 35.8점을 기록했다. 이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치로, 투구 시 통증이나 제약이 거의 없음을 뜻한다. 야구 선수의 전문적인 상태를 측정하는 컬란-조브 정형외과 센터(KJOC) 점수 역시 100점 만점에 88.3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재수술 이후에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재부상을 당한 투수에게 무조건적인 '재건'만이 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손상된 인대 조직을 최대한 살리면서 콜라겐이 코팅된 강력한 테이프로 인대를 안팎에서 지지해 주는 봉합술이 재수술 단계에서도 충분히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11명이라는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의 보고이며, 2.9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추적 기간을 거쳤기에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검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팔꿈치 재부상을 겪는 투수라면 무작정 은퇴를 고민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하여 자신의 인대 상태가 봉합 및 보강술에 적합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술 후에는 평균 9개월로 설정된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조급한 마음에 복귀 시점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재건술 이후의 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하체와 코어 근력을 강화하여 팔꿈치에 집중되는 부하를 전신으로 분산시키는 투구 메커니즘의 수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투구 수 제한과 충분한 휴식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어렵게 되찾은 마운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 *Outcomes of Revision UCL Repair With Internal Brace for Failure of Primary UCL Reconstruction in Professional and Collegiate Baseball Pitchers: A First Look.* (증례보고) | 논문 원문
※ 이 기사는 스포츠과학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