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의학

**달리기와 자전거로 단련된 심장의 배신, '숨은 고혈압'이 혈관을 망친다**

**달리기와 자전거로 단련된 심장의 배신, '숨은 고혈압'이 혈관을 망친다**

매주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고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자부하는 중장년 남성이라면, 자신의 심장과 혈관 상태가 완벽하다고 믿기 쉽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낮은 안정 시 심박수와 탄탄한 근육은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강인함 뒤에는 일반적인 검진으로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침묵의 살인자'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스포츠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은 평소 혈압이 정상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다고 판정받은 중장년 남성 지구력 운동선수 1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찰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24시간 활동 혈압과 운동 시 혈압 변화를 측정하고,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관상동맥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조사 결과, 병원에서는 정상 혈압으로 분류되었던 운동선수 중 39%가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에서 고혈압 수준의 수치를 보이는 '가면 고혈압' 상태였다. 또한, 절반에 가까운 47%의 선수가 운동 중에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치솟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일상생활이나 고강도 훈련 중에 혈관이 받는 압력은 통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심장 혈관의 상태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전체 대상자의 71%에서 관상동맥 석회화가 발견되었으며, 12%는 혈관이 50% 이상 좁아진 협착 증세를 보였다. 특히 24시간 활동 혈압이 높게 나타난 선수는 혈관 내벽에 칼슘이 쌓여 딱딱해지는 석회화 수치가 100 이상일 확률이 2.56배 높았으며, 혈관이 절반 이상 좁아질 위험도 2.92배에 달했다.

가장 위험한 신호는 운동 시 나타나는 혈압 반응이었다. 운동 중 혈압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선수는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혈관이 50% 이상 좁아져 있을 확률이 4.72배나 높았다. 또한, 혈관 내부에서 터지기 쉬워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플라크(혈관 벽에 쌓인 찌꺼기)를 가질 확률도 3.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 중 발생하는 고혈압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혈관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강력한 요인임을 증명한다.

이 연구는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모든 심혈관 위험을 상쇄해줄 것이라는 기존의 믿음에 경종을 울린다. 강도 높은 훈련이 오히려 혈관 벽에 반복적인 높은 압력을 가해 미세한 상처를 내고 석회화를 촉진하는 '운동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료실에서 잠깐 측정하는 혈압만으로는 운동선수의 실질적인 혈관 위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베테랑 운동가들이 건강하게 운동 수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숫자'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 첫째, 1년에 한 번은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통해 수면 중이나 일상에서의 혈압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운동 부하 검사를 실시하여 고강도 운동 시 수축기 혈압이 210 이상으로 과도하게 오르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셋째, 가족력이 있거나 운동 구력이 길다면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 검사를 통해 혈관 내부의 실질적인 노화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 *Resting and exercise-induced occult hypertension and coronary atherosclerosis in male masters endurance athletes.* (관찰연구) | 논문 원문

※ 이 기사는 스포츠과학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