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과학

사회적 지위가 건강을 결정할까? 26만 명 추적 조사로 본 스트레스 과부하

사회적 지위가 건강을 결정할까? 26만 명 추적 조사로 본 스트레스 과부하

열심히 일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 딱히 아픈 곳은 없는데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피로'라고 부르지만, 의학적으로는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지불하고 있는 '생리적 비용'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내 몸이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며 얼마나 마모되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제 학술지 '역학 및 공동체 건강 저널'은 약 30년에 걸쳐 노르웨이 성인 26만 4824명을 추적 조사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19년까지 축적된 34만 건 이상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해 '스트레스 과부하 지수'의 변화를 살폈다. 이 지수는 반복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려다 오히려 내부 시스템이 망가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연구팀은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안정시 심박수, 중성지방, 총 콜레스테롤,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허리-엉덩이 비율 등 8가지 생물학적 지표를 활용해 점수를 매겼다. 분석 결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모든 연령대에서 스트레스 과부하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초등 교육만 받은 집단은 대학교 교육을 받은 집단보다 신체적 노화와 마모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연했다. 남성은 전 생애에 걸쳐 여성보다 높은 스트레스 과부하 지수를 유지했다. 이는 남성의 신체가 외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게 반응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신체에 더 큰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남성의 엔진이 여성보다 더 높은 회전수로 돌아가며 금방 과열되고 있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과부하 지수는 점차 상승하는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흥미로운 반전이 나타났다. 여성은 노년기에 지수가 정체되는 양상을 보였고, 남성은 오히려 지수가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조기에 사망하여 건강한 사람들만 표본에 남았거나, 은퇴 후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신체 시스템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는 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단순히 심리적 만족감을 넘어 신체 내부의 생물학적 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연구는 특정 요인이 스트레스 과부하를 직접 유발했다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건강 지표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확인한 코호트 연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학력이 낮아서 아픈 것이 아니라 학력이 낮은 환경에서 겪게 되는 복합적인 생활 양식이 몸을 더 빨리 지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내 몸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우선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숨이 차오를 정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실천해 심혈관 계통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혈압과 중성지방 수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며 자신의 '생체 비용'이 얼마나 청구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7~8시간의 규칙적인 수면은 낮 동안 쌓인 신체적 소모를 복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 *Socioeconomic inequalities in allostatic load in a large Norwegian cohort study: the NCDNOR project.* (코호트 연구) | 논문 원문

※ 이 기사는 스포츠과학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하세요.